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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약수터


이 글은 경기도수필 공모전에 제출 했던 수필이다.

나름 마음에 드는 내용들이 었지만 수상하지 못한 점에서 내 부족함을 생각 하게 된다.

이 공모전의 주제는 "따뜻한 도시, 희망 이야기' 였다.




요즘 약수터는 찾아보기 힘든 곳이 되어 버렸다. 많은 균들에 의해서 약수터들은 산 정상 에까지 없어지고 있다. 이 약수터에는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담겨 있다. 다른 말로 이 약수터에는 많은 사람들의 지문이 남겨져 있다. 여러 사람들의 손길이 지나가서 거기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지문이 묻어있다. 지문은 지워지지만 나만의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여기에도 나만의 지문과 같은 추억들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 중에서 우리가족에 담겨있는 약수터는 특별하다. 몇 년 전까지 만해도 약수터에서 물을 길러먹던 우리 가족은 약수터를 가는 것은 한 주의 공식적인 일이었다. 지금은 안계시지만 할아버지와의 기억이 가장 많이 난다. 내가 코를 흘릴 어렸을 적에는 약수터를 할아버지와 자주 같이 갔다. 할아버지와 갔을 때는 모든 것이 호기심에 차서 항상 할아버지 보다 앞장서서 놀이터처럼 뛰어 다니면서 산에서 자연과 함께 놀았다. 할아버지는 위험하니깐 뛰지 말라고 다그치시고 나는 옷에 낙엽이 다 붙을 때까지 뛰어다니던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때라서 잘은 기억은 안 나지만 할아버지는 약수터 한쪽에서 물을 떠놓으시고 계속해서 가족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렸다. 그 옆에서 철이 없던 나는 할아버지에게 매달리고 장난을 치고 보챘던 기억이 난다. 할아버지께서 나이가 드시고 아버지와 약수터를 갔을 때에는 내가 커서 가는 것을 귀찮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에는 아버지에게 빨리 집에 가자고만 했다. 아버지가 맛있는 것을 사주신다고 할 때에는 기분이 좋아서 또 혼자 재미있게 뛰어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에 약수터는 나에게 운동장이었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 물을 혼자 길러 올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는 나의 혼자만의 생각하는 고독의 장소였다. 물이 깨끗한 새벽이나 밤늦게 가는 약수터에는 조용하다. 새소리나 바람소리, 낙엽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때 나에게는 힘들던 고등학교 시절에 위로가 되는 장소였다. 가끔 공부를 하던 중 집중이 안 될 때에는 가서 조용히 집중 할 수 있는 나만의 독서실이었다. 산의 낮은 곳에도 있던 약수터가 점점 오염됨에 따라 높아진 약수터에 힘들게 올라가 물 한잔 마셨을 때는 어느 물보다 달았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가는 물이 가족이 마실 것을 생각하면 뿌듯한 마음까지 들었다. 이렇게 약수터에 묻어있는 나의 미각, 시각, 청각 등의 오감의 기억은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계속 없어져 가는 약수터를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지문, 추억들이 사람들에 의해 점점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는 병균들이 있는 물이고, 더러운 손자국이 묻은 곳일지 모르지만, 누구에게는 추억이 있는 물이고 자신만의 지문이 묻어 있는 곳이다. 지금 옛날의 그 약수터를 다시 가게 되면 삭막함만 남아 있다. 과거에는 누가 물을 사먹느냐라는 농담을 했지만 반대가 되어 버렸다. 요즘에는 누가 약수터에서 물을 길러 먹냐는 질문이 오히려 이상해진다. 그 만큼 약수터에 대한 추억이 없어지고,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경험, 건강을 주는 장소가 사라졌다. 내가 건축학과 학생으로서 도시에 사람들에게 약수터와 같은 경험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먼저 왜 물 뜨는 곳이 아니라 약수터일까 부터 생각을 하게 된다. 약수라는 말은 약효가 있는 물로써 자연 안에 있는 미네랄들이 물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터’라는 말을 생각하게 된다. 터라는 말은 나무의 밑 둥을 두고 한말이다. 우리는 ‘터무니 없다’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 만큼 ‘터’ = ‘밑 둥’ = ‘근본’ 이 없다는 이야기 이다. 이 말처럼 우리는 터무니, 근본이 살아져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약수터라는 곳은 우리에게 근본이 존재 하는 곳이다. 우리에게는 근본이 있어야 한다. 나는 약수터에서 확장해서 도시에서 생각하게 된다. 도시에서는 재개발이 되고 아파트들이 들어가면서 그 곳에 존재 했던 터가 없어져 간다. 그 터는 사람들에게 추억이 담긴 장소이다. 약수터 처럼 자연스럽게 만남의 장소가 되기도 하고, 운동하는 장소가 되기도 하는 곳이다. 우리 할아버지에게는 기도의 장소였고, 어렸을 적 나에게는 놀이터에 해당됐다. 그뿐만 아니라 약수터는 우리 가족의 세대를 연결해주는 장소이다. 약수터라는 매개체로 할아버지와 나와 아버지를 연결해 줄 뿐만 아니라 약수물을 길러옴으로써 가족의 건강 바라는 곳이었다. 약수터와 같은 장소를 만든다는 것은 이렇게 사람들에게 ‘터’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사람들의 의사소통을 만들 수 있는 공간, 장소를 만든다는 것이다. 가족 간의, 이웃 간의 부족해지는 의사소통에서 지금 필요 한 것은 공유 할 수 있는 장소이다. 삭막해지는 도시가 되어가는 모습과 약수터가 사라져 가는 모습과 유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삭막해지는 도시에게 약수물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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